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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청과 베토벤

난청과 베토벤

조회수
9311
등록일
2006-08-10
난청과 베토벤 상세글

''''신이 인간에게 가장 잘못한 일이 있다면 베토벤에게서 귀를 빼앗은 것이다.''''
로맹롤랑의 베토벤 전기 서문에 나오는 말이다.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은 1770년 본에서 태어나 1827년 57세에 세상을 떠난 위대한 작곡가이자 피아노 연주가였다. 교향곡 제3번 "영웅", 교향곡 제5번 "운명", 교향곡 제6번 "전원", 교향곡 제9번 "합창", 피델리오, 피아노 소나타 "비창", 피아노 소나타 "월광" 등과 같은 불후의 명작을 남겼으며 고전주의와 낭만주의를 잇는 교각으로도 비유되는 음악의 거성이다. 베토벤은 그의 천재적인 음악성뿐만 아니라 자살을 결심할 정도로 난청과 이명으로 인해 평생 고생한 음악가로도 유명하다.    

          

 베토벤이 귓병을 앓기 시작한 것은 1796년, 그의 나이 26세 때부터로 4년 뒤인 1800년부터는 이미 정상적인 소리를 분간할 수 없는 정도의 난청을 앓게 되었고 1819년에는 청력을 완전히 잃게 되었다. 또한, 그는 이명증 (귀울림 증상)으로 인해서 극도의 정신쇠약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베토벤 초상화의 신경질적인 얼굴 표정은 아마도 여기에서 기인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베토벤의 진행성 난청은 이경화증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경화증은 내이 (속귀)를 둘러싸고 있는 골조직에 염증반응이 생겨 이소골 (소리뼈) 중 특히 등골 (등잔뼈)이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고 고정되어 난청을 유발시킨다. 이 질환은 유전성 질환으로서 서양에서는 전음성 난청의 가장 흔한 원인중 하나이지만 동양인에게는 흔하지 않다. 여성에서 남성보다 2배정도 빈발하며 주로 양측 귀가 침범된다. 청년기부터 진행성 난청과 이명증을 일으키며 일부에서는 골병변이 와우 (달팽이관) 골벽을 침범하여 감각신경성 난청을 일으켜 고도 난청이나 농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최근에는 이과 분야의 수술이 발전하여 고정된 등골에 인공 삽입물을 장치하여 난청을 치료할 수 있으며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보청기를 이용하여 청력을 유지할 수 있다.  

 

 베토벤은 1814년부터 나팔처럼 생긴 집음기를 이용하여 의사소통을 하였는데 그나마 1819년부터는 전혀 소리를 들을 수 없어 필담으로만 의사소통이 가능하였다. 만약 베토벤이 현재의 인물이라면 이비인후과 수술이나 고성능의 보청기로 청력을 유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되지만 더 많은 훌륭한 작품을 남기게 되었을 지는 의문이다. 그의 6번 교향곡이나 9번 교향곡은 청력을 거의 잃은 상태에서 완성된 역작으로 베토벤의 천재성에 난청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과 고뇌가 더해져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결코 이경화증이라는 병도 베토벤의 마음의 귀를 망가뜨릴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귀병으로 별세한 프러시아의 프리드리히 3세에게 증정된 9번 합창 교향곡을 베토벤은 실제 공연 소리를 한번도 들어보지도 못하고 1827년 세상을 떠났다.

 [글] 문성균 교수 / 이비인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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