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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의료진

[두경부암센터 신유섭교수] 두경부암, 그리고 삶의 질

등록일 : 2024-04-29

작성자 : 아주대병원 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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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경부외과, 그리고 재건수술


이비인후과라고 하면 언뜻 생각하기엔 목감기, 부비동염, 중이염 등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은 외래 기반의 경증 질환을 치료하는 ‘동네 이비인후과의원’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두경부외과는 뇌와 안구를 제외한 머리와 목 부위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인 구강암, 후두암, 편도암 및 갑상선암 등을 치료하는 세부 전공에 해당한다.


두경부 영역은 숨을 쉬고 냄새를 맡고 음식을 씹고 삼키는 통로이자 목소리를 내고 말을 하는 기관으로, 이곳에 암이 생기면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호흡, 음식 섭취, 발성 등에 문제가 생겨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진행된 두경부암의 절제 수술을 시행하고 나면 대부분 수술 부위에 재건을 필요로 하는 커다란 결손이 발생한다. 현재 재건수술의 방향은 유리피판(Free-flap)을 이용한 기능적 재건(Functional Reconstruction)이 가장 좋은 방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유리피판수술’이란 몸의 다른 곳에서 피부, 근육, 골조직 등을 혈관이 붙어 있는 상태로 떼어낸 다음 현미경을 이용해 두경부의 적절한 혈관과 직접 문합해 옮겨온 조직을 결손 부위에 생착시키는 수술이다. 두경부의 3차원적이고 다양하며 복잡한 해부 생리학적 기능을 이해하여 결손을 분석하고, 결손 부위의 기능 회복을 최대한 꾀할 수 있는 재건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이를 통해 좀 더 광범위하고 안전한 원발암의 절제가 가능해질 때 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고, 보다 완전한 기능 회복이 가능해진다.



조직공학과 재생의학


두경부암으로 인한 광범위한 결손을 경험하고 이를 재건하기 위한 유리피판수술을 시행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물학적 조직을 개선하거나 대체하기 위한 세포, 공학 및 재료 방법, 적절한 생화학 및 물리 화학적 요인의 조합을 연구하는 조직공학·재생의학(Tissue Engineering and Regenerative Medicine) 분야를 나의 연구 테마로 선택하게 됐다.


조직공학을 간략히 설명하면 환자의 조직에서 분리해 배양한 세포들을 생분해성 고분자 물질로 만든 다공성의 지지체(Scaffold)에 부착시켜 이식이 가능한 새로운 생체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다양한 세포와 지지체를 이용, 3차원적 구조물을 제공함으로써 세포가 부착되고 분열해 새로운 조직을 형성하도록 한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이러한 기술을 기반으로 조직 손상 동물 모델에서 주사제형 줄기세포·지지체를 주입해 조직재생 및 기능적 개선이 이뤄짐을 확인한 연구나 각종 3D 바이오프린팅 생체재료를 이용한 연조직-골조직-연골조직 및 조직재생연구를 진행했다.




3D 바이오프린팅을 이용한 골조직 재생 연구


이 테마를 좀 더 깊게 연구하기 위해 2022년 8월부터 1년간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의 Scripps Research Translational Institute로 연수를 다녀왔다. Scripps 연구소는 한국에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진료소와 연구소가 합쳐진 기관으로, 1924년에 Ellen Browning Scripps 라는 분이 the Scripps Metabolic Clinic으로 처음 세운 굉장히 오래된 연구소 병원이다. 이 연구소 소속의 K. Barry Sharpless 교수님은 2022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는데, 그는 2001년에 이미 노벨상을 받은 적이 있어 2개의 노벨상을 받은 다섯 번째 연구자가 됐다. 나야 잠깐 몸담은 기관이지만 그래도 좋은 기관에서 공부할 기회가 생긴 것 같아서 괜히 자랑스럽고 기쁘기도 했다.


내가 연수를 다녀온 연구실은 조금은 특이하게 정형외과 실험실이었다. 임상 업무는 하지 않지만 정형외과 전문의인 Darryl D’Lima 교수님이 지도교수였다. 나의 연구 주제가 주로 연골, 뼈, 피판 생존 등이어서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실험실을 물색하다 인연이 되어 연수를 다녀오게 됐다. 지난 1년 동안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수행한 3D 바이오프린팅 생체재료를 이용한 조직재생연구를 이 연구실에서도 이어서 진행했다. 3D 바이오프린팅 지지체와 줄기세포 유래 엑소좀(Exosome)을 이용한 세포 생착 및 약물 흡수·방출 능력, 신생 혈관 생성 및 이로 인한 신생 골재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연수 경험을 발판 삼아 향후에는 임상 현장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조직 결손의 빠른 회복을 위해 각각의 염증반응, 신생 혈관 생성 과정 및 조직 재생 과정을 분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생체재료 및 약물 조합 플랫폼을 개발하고자 한다. 이를 진료 현장에 직접 적용함으로써 많은 두경부암 환자들의 생존율뿐 아니라 이후 삶의 질이 개선되기를 희망한다.